영화 "위키드" 리뷰: 뮤지컬과는 또 다른 감동
뮤지컬 <위키드>를 처음 봤을 때 느꼈던 그 신선한 충격,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초록 피부의 엘파바와 금발의 글린다가 만들어낸 이야기는 단순한 판타지가 아니라,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넘어선 성장과 우정의 서사였다. 또한 위키드가 서양의 유명한 고전인 "오즈의 마법사"를 세계관으로 한다는 사실 또한 놀라웠다. 그런데 그 감동이 영화로 재탄생했다.
솔직히 말하면, 영화 위키드를 보러 가기 전에는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뮤지컬의 감동을 과연 영화가 제대로 살릴 수 있을까?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뒤, 그런 걱정은 기우였다는 걸 깨달았다.
오즈의 마법사를 새롭게 보다
위키드는 우리가 잘 아는 오즈의 마법사를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초록 피부 때문에 태어날 때부터 차별받아온 엘파바와 모두에게 사랑받는 글린다. 이 둘이 마법학교에서 만나 우정을 쌓아가는 과정은 기존의 선악 구도를 뒤집는다.
특히 엘파바가 "서쪽의 사악한 마녀"로 불리게 되는 과정을 그녀의 관점에서 풀어내면서, 우리가 알고 있던 악당이라는 개념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일단, 영화 위키드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오즈의 마법사>라는 서양 고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영화 "위키드"를 보기 전 알아두면 좋은 '오즈의 마법사' 세계관 정리
서양 문화에서 오즈의 마법사는 어떤 고전일까?
오즈의 마법사는 단순한 동화를 넘어, 서양 특히 미국 문화에서 깊은 상징성과 영향을 가진 고전이다. 이 작품은 1900년 라이먼 프랭크 바움(L. Frank Baum)이 쓴 동화로, 이후 1939년 영화화되며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작품이 되었다. 오즈의 마법사는 우리나라로 치면, 흥부와 놀부와 같은 고전이다.
그렇다면 왜 오즈의 마법사가 서양 문화에서 이렇게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을까?
1. 미국적 가치와 이상을 담은 이야기
- 오즈의 마법사는 당시 영국과 유럽 중심이었던 어린이 문학 시장에서 독립적인 "미국적" 작품으로 탄생했다.
- 도로시는 평범한 미국 시민을 상징하며, 그녀가 겪는 모험은 미국 사회의 이상과 도전을 반영다.
- 특히 노란 벽돌길(금본위제), 은 구두(은본위제) 등 당시 경제적 문제를 은유적으로 표현하며,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이상을 담고 있다.
2. 보편적인 주제와 상징성
- 이 작품은 단순한 판타지가 아니라, 용기, 지혜, 사랑, 자기 발견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다룬다.
- 허수아비(지혜), 양철 나무꾼(사랑), 겁쟁이 사자(용기) 등 각 캐릭터는 자신이 부족하다고 믿는 것을 이미 가지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이는 "진정한 능력은 스스로 안에 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 도로시가 집으로 돌아가는 여정은 성장과 자아 발견을 상징하며, 이는 전 세계 독자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3. 문화적 영향력
- 오즈의 마법사는 미국 대중문화에서 가장 유명한 이야기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 영화화된 이후에는 "Over the Rainbow" 같은 명곡과 함께 시대를 초월한 걸작으로 평가받으며, TV와 영화 역사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 또한, 이 작품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상징들로 가득해 학문적 연구와 재해석의 대상이 되어왔다(예: 경제적 풍자, 신화적 여정 등).
4. 현대까지 이어지는 영향
- 오즈의 마법사는 단순히 과거의 고전으로 머무르지 않고, 현대에도 다양한 형태로 재해석되고 있다.
- 이러한 재해석들은 원작이 가진 보편성과 시대를 초월한 매력을 보여준다.
오즈의 마법사 줄거리 정리
"도로시와 오즈로의 여정"
- 캔자스와 도로시의 삶:
도로시는 황량하고 회색빛으로 가득한 캔자스에서 친척들과 살며, 반려견 토토만이 유일한 위안이다. 도로시는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오즈의 마법사의 유명한 노래 *"Somewhere Over the Rainbow"*로 자신의 소망을 표현하기도 한다. - 태풍과 오즈로 이동:
어느 날 강력한 태풍이 도로시의 집을 먼치킨 랜드로 날려 보낸다. 이곳은 키가 작은 먼치킨들이 사는 활기찬 지역이다. 그런데, 태풍으로 날아온 도로시의 집이 이곳의 사악한 동쪽 마녀를 덮쳐 그녀를 죽이는 사건이 벌어진다. 이 일로 도로시는 마법사로 오해받게 되고, 이야기가 시작된다. - 북쪽의 착한 마녀 글린다와 에메랄드시티:
오즈는 사방이 사막으로 둘러싸여 고립된 세상이다. 이곳에는 여전히 마법이 존재하며, 각 방향마다 마녀들이 살고 있다.
북쪽과 남쪽 : 착한 마녀들
동쪽과 서쪽 : 사악한 마녀들
도로시는 북쪽의 착한 마녀에게 도움을 받으며 오즈와 마법 세계에 배우게 된다. 도로시는 집에 돌아갈 방법을 알기 위해 북쪽의 착한 마녀 글린다의 도움을 받아 에메랄드시로 향하게 된다. 에메랄드시에 있는 위대한 오즈 마법사를 찾아가라고 조언을 받아기 때문이다. - 에메랄드 시티로의 여정 :도로시는 노란 벽돌길을 따라 에메랄드시티로 향하며 세 명의 동료를 만난다.
허수아비 : 지혜를 원하지만 이미 충분히 지혜로운 존재
양철 나무꾼 : 심장을 원하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인물
겁쟁이 사자 : 용기를 원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용기를 발휘하는 캐릭터.
이들은 각자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도로시와 함께 여정을 떠나며, 서로를 돕고 성장해 나간다. - 클라이맥스 : 오즈 마법사의 정체
에메랄드시에 도착한 도로시와 친구들은 위대한 오즈 마법사를 만나지만, 그가 사실 평범한 인간임을 알게 된다. 그는 복화술과 기구 여행 중 우연히 오즈에 도착해 마법사 행세를 하게 된 인물이었다. 도로시는 결국 자신이 신고 있던 은 구두(영화에서는 루비구두)의 마법을 이용해 캔자스로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 과정에서 도로시는 자신이 원하는 것은 이미 스스로 안에 있었음을 배우며 성장하게 된다.
'오즈의 마법사'와 '위키드'의 연결고리
위키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오즈의 마법사와의 연결성이다.
위키드는 오즈의 마법사 속 "서쪽의 사악한 마녀" 엘파바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기존 작품에서 단순히 악당으로 묘사되었던 엘파바가 어떤 과정을 거쳐 그런 이미지를 얻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녀와 글린다(착한 북쪽 마녀)의 관계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보여준다.
도로시가 무찌른 "서쪽 마녀" 엘파바는 사실 어떤 사람이었을까? 글린다는 어떻게 "착한 북쪽 마녀"가 되었을까?
우리가 고전 작품에서 쉽게 간과할 수 있는 나쁜 사람과 착한 사람의 서사를 알려준다.
뮤지컬과 영화의 차이: 같은 이야기, 다른 감동 추천여부
뮤지컬 위키드를 본 사람이라면 영화가 얼마나 다르게 느껴질지 궁금할 것이다. 뮤지컬에서는 무대 위에서 배우들의 생생한 연기와 노래로 감정을 전달했다면, 영화는 시각적 효과와 섬세한 연출로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채웠다. 그래픽 적인 부분 또한 재미가 더하다.
예를 들어, 뮤지컬에서 1막의 하이라이트였던 Defying Gravity 장면은 영화에서 훨씬 더 강렬하게 다가왔다. 엘파바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순간, 그 화려한 비주얼과 음악이 어우러져 가슴 벅찬 감동을 선사한다.
개인적인 소감: 뮤지컬 위키드 vs 영화 위키드
뮤지컬을 먼저 본 나에게 영화 위키드는 익숙하면서도 신선한 경험이었다. 특히 엘파바와 글린다의 관계가 더 섬세하게 그려진 점이 인상 깊었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배경과 가치관을 가졌지만, 진정한 친구가 되어 서로를 이해하고 지지한다.
엘파바가 겪는 차별과 고난은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녀가 중력을 거스르고 자유롭게 날아오르는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소름이 돋을 정도로 감동적이다.
그러나 아쉬운 점 또한 있다. 뮤지컬 위키드과 영화 위키드의 차이는 다음과 같다. 우리는 뮤지컬 특성상 극적인 요소를 허용하게 된다. 이는 곧 서사가 듬성듬성 진행되거나 매끄럽지 않더라도 이해하고 넘어가게 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그 매체의 특성상 스토리가 매끄럽게 진행되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내용이더라도 섬세하게 극을 부분부분 메웠을 것이다. 2부로 영화가 나뉘어진 이유도 이 때문이리라. 이런 부분 때문에 뮤지컬을 볼 때 느끼지 못 했던 지루함이 컸던 거 같다.
원작을 모르는 사람도 그 서사와 배경이 충분히 이해와 공감이 일어나게 영화가 진행되어야 하니, 뮤지컬보다 훨씬 섬세하게 캐릭터가 설명되었던 거 같다. 그러다보니 똑같은 내용이나 뭔가 모르게 루즈하게 진행되는 느낌...?
피곤한 상태에서 봐서 그런 부분도 있겠지만 좀 졸았다.
그럼에도 영화 위키드를 추천하는 이유는, 그 작품이 가진 고유한 매력이 커서 일 것이다. 알면 알수록 과몰입을 부르는 오즈의 마법사 세계관 위키드가 가지고 있는 메세지의 힘 등을 고려해볼 때 꼭 한번 보면 보길 추천하는 작품이다.
2편도 개봉하면 보러가야지...
결론: 위키드를 통해 보는 우리 사회
위키드는 단순히 판타지가 아니다. 이는 선과 악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차별과 편견에 맞서 싸우는 용기를 보여주는 이야기다. 엘파바와 글린다의 이야기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 무엇이 진정으로 옳고 그른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뮤지컬 팬이라면 물론이고, 원작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