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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 추천 『2025 중국에 묻는 네 가지 질문』

by ***(**!* 2025. 4. 22.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이 한창이다. IT 기획자이지만 IT 분야 뿐 아니라 많은 사회적 트렌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노영민 저자의 『2025 중국에 묻는 네 가지 질문』 을 읽었다. 책에 대한 리뷰를 정리해보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단순한 중국 외교 전략에 대한 해설서가 아닌 비즈니스 전략에 대한 통찰이나 국제 정세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중국은 더 이상 단순한 제조국이 아니다. '중국제조 2025', '일대일로', '전랑외교' 등은 중국이 글로벌 기술 패권을 겨냥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보여준다. 책의 주요 주제는 중국의 패권전략에 대한 내용이다. 

 

만리장성은 중화사상의 울타리

광활한 중원에서 이런 중국의 힘을 대표할 만한 역사 유산을 하나 꼽으라고 한다면, 저는 주저 없이 만리장성(萬里長城) 꼽겠습니다. 만리장성에는 총연장 6,350km 이르는 경이적인 규모에다, 진시황이 최초로 중국을 통일한 직후부터 명대에 이르기까지 2000 동안 ·보수와 연장을 거듭한 세월의 무게까지 온전히 더해져 있습니다. 지구상에서 앞으로도 달리 비교 대상을 찾기 힘들 정도로 위대하고 장엄한 건축물입니다. 최고의 문명국을 자처하며 한때는 세계 경제력의 1/3 차지했을 정도로 압도적인 국가 경쟁력을 갖췄던 중국의 저력(底力) 유감없이 보여주는 상징물이 바로 만리장성일 것입니다.

 

 

저는 무엇보다도 만리장성의 존재가 역대 중국의 왕조 및 정부가 펼친 대외 정책의 특색을 잘 보여주는 징표라고 생각합니다. 변방의 여러 민족을 정벌해 자국 영토로 편입시킬 수 있는 충분한 힘을 가졌던 시기에도 중국은 만리장성 밖의 땅에는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중원(中原)의 통일이라는 내부 패권의 확립이 더 중요한 관심사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 점은 영토 확장으로 바람 잘 날 없었던 고대 동서양의 제국이나 유목국가, 근대 이후 제국주의로 치달았던 서구의 경로와는 뚜렷이 구분되는 중국만의 역사적 경로였습니다. 한마디로 근대 이전의 중국은 하나의 완결된 배타적 세계로서 자신만의 고유한 역사를 만들어나갔던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국제관계에 관한 한 중국사의 많은 부분은 ‘비패권적(非覇權的)’ 경향을 보였다고 표현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이런 중국의 ‘비패권적’ 경향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왕조 시대의 대외 정책은 주변국들과 ‘조공(朝貢)과 책봉(册封)’으로 맺어진 외교 관계였습니다. 주변국을 무력으로 병합하는 대신 상하 관계를 맺어 국가의 독립을 유지하도록 했습니다. 직접 통치하지는 않지만 형식적인 군신 관계(君臣關係)를 맺어 세력권에 편입시키는 방식이었지요.

중국의 전통적 비패권적 외교 정책의 배경에는 주변국을 압도하는 국력에 기반한중화사상(中華思想)’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중국은 하늘의 아들인 천자(天子, 황제) 직접 통치하는 나라로서 세상의 중심이라는 사상입니다. 이런 사상을 가진 중국인들에게 만리장성은 문명과 야만을 나누는 경계이자 자족적이고 자기 완결적인 중화 세계의 상징 자체였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만리장성을 중국의 상징으로 정의한 대목이 가장 인상 깊게 다가왔다. 광활한 중원에서 중국의 힘을 대표할 유산으로 만리장성을 꼽는 저자의 시각은, 단순히 건축물의 위대함을 넘어 중국의 역사적 정체성과 외교 전략, 그리고 중화사상의 본질까지 한눈에 보여준다.

 

특히 만리장성을 통해 저자는 중국이 왜 근대 이전까지도 영토 확장보다는 내부의 통일과 안정, 그리고 자족적 세계관을 중시해왔는지 설명한다. 만리장성은 단순한 방어선이 아니라, 문명과 야만을 가르는 경계이자 중화사상의 울타리로 기능해왔다. 이처럼 상징적인 대상을 통해 중국의 비패권적 외교, 조공, 책봉 중심의 질서, 그리고 자기완결적 세계관을 명확하게 풀어낸 점에서 이 책의 대해 명확하게 신뢰할 수 있었다.

 

나는 이 대목에서 '역사와 외교, 사상의 흐름이 이렇게 분명한 상징으로 정리될 수 있구나'하는 깨달음을 얻었다. 저자가 만리장성이라는 구체적이고 상징적인 이미지를 바탕으로 중국의 대외정책과 세계관을 풀어낸, 이후 책에서 다루는 중국의 비패권주의, 반패권주의, 그리고 현대 외교 전략까지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책의 시작부터 분명한 정의와 상징을 제시하고 그 위에 논리를 쌓아가는 방식은 저자의 글쓰기 실력과 깊은 식견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중국 외교전략의 해설서가 아닌 저자의 통찰과 경험이 살아 있는 책이다.

 


책 내용 및 정리

 

중국은 더 이상 단순한 제조국이 아니다. '중국제조 2025', '일대일로', '전랑외교' 등은 중국이 글로벌 기술 패권을 겨냥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보여준다. 특히 IT기획자로서 주목할 만한 대목은 '중국제조2025'전략이다.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중국은 반도체, AI, 로봇 등 첨단산업의 자립을 국가적 목표로 내세우고, 이는 곧 글로벌 공급망과 IT 비즈니스의 판도를 뒤흔든다. 실제로 '화웨이사태'에서 보듯 한 국가의 정책 변화가 전세계 IT 기업 전략의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실감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또한 인상 깊었던 내용은 중국의 '전랑외교' 부분이었다. 외교적 강경노선으로 실제 비즈니스 환경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한령, 사드 보복, 호주와의 무역 갈등 등은 단순 외교 이슈가 아니라 IT, 콘텐츠, 게임 등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전략에도 큰 변수로 작용한다. 책에서 언급한 "중국 외교의 변화가 외부 세계의 불신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분석은 IT업계의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 수립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책의 후반부에서 북한, 대만, 동북아의 신냉전 구도 등 지정학적 이슈를 다룬다. 글로벌 공급망, 데이터 보안, 국제 표준 기술 생태계가 정치·외교 환경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중 갈등이 심화될 때마다 클라우드, 반도체, AI 핵심 기술의 수급과 협업이 위협받는 경험을 여러 한다. 저자는 한국이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실용적이고 유연한 대중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하는데, IT 업계 역시 변화에 빠르게 적응해야 한다는 점에서 깊이 공감한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은 부분은 '평화'가 가장 전략적 이점으로 작용하는 곳이 바로 대한민국이라는 점이었다. 동북아시아의 지정학적 리스크 등 여러면을 고려해볼 때, 지금의 평화가 깨지는 순간 가장 위험한 곳이 바로 우리나라일 수 있다. 현재 북한이 외교적으로 고립되면서 러시아와 전략적으로 군사적 협력을 맺은 점 이러한 관계가 러시아에게 군사기술을 전수받을 수 있게 된 상황, 북한의 군사 기술을 과시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다양한 각도로 분석하였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일본은 2022 연말 안보 환경의 악화를 명분으로 3 안보 문서(「국가 안전 보장 전략」, 「국가 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개정을 통해 안보 정책의 대전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중국 견제를 위해 일본의 군사적 역할 확대를 기대해온 미국은 일본의 이런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 중국이 현재 어떤 외교 전략과 계획을 구상중인지, 또 그에 따라 저자는 중국이 세계 경제에서 어떤 역할을 해나가야할지에 대해 제언하고 우려를 표하고 있는 책이다.

 

 

느낀 점


최근 미국과 중국의 관세보복에 대한 뉴스를 보면 정말 경악을 금치 못할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이 두나라가 왜 이러나 싶다가도 뉴욕 증시, 한국 증시의 상황을 보면 현재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안 좋다는 상황이 절로 느껴진다. 남의 나라 얘기 같다가도, 높아지는 환율과 그에 따라 높아지는 AWS 비용 등을 생각하면 아예 나와 관계 없는 얘기도 아닌 듯 하다. 언제 이렇게 세계 경제가 연결되어 있었는지 이론적으로만 알다가 요새 절로 피부로 느껴지기 시작하는 거 같다.

이 책은 전반적인 중국의 외교 정책과 관련된 내용이지만, 한편으로는 앞으로 세계 경제가 어떻게 흘러갈지 그리고 단순한 정책 이면의 부분과 세계 정세의 힘의 구도를 살펴볼 수 있는 책이라 인상 깊었다.

분명 가벼운 내용의 책은 아니지만, 저자의 필력으로 충분히 복잡하게 얽혀있는 세계 관계 및 정책 등에 대해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단편적인 정책이 아니라 힘의 관계에서 한 국가의 정책이 어떻게 다른 나라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대응 방안과 숨은 의도를 파악해보고 그림을 그려볼 수 있는 책이다. 단편적이고 단순하게 알고 있던 외교 전략과 정책들에 대해 각국의 의도와 배경을 통해 더욱더 분명하게 살펴볼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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